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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BOARD 시에그린한국시화박물관
제목 #제1회_해변시인창작학교 여름휴가로 다녀와서
작성자 jindo
작성일자 2023-08-18
조회수 160

#제1회_해변시인창작학교 여름휴가로 다녀와서



대학생때 선물로 시를 써준 남자사람친구가 있었다. 이해가 되질 않아 그 뒤로 공대생만 만났다. 그렇게 나는 시와 관련이 없는 사람인 줄 알고 살았다. 올해 초 엄마께서 시를 쓰고 싶다고 하셨다. 처음 시를 쓰는데 도움이 될만한 책을 사드리고, 마침 첫째 학교에서 열린 나태주 시인의 특강에 엄마를 대신하여 참여했다가 큰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올해 여름 ‘해변시인창작학교’ 초대를 받고, 참여하시는 시인, 작가님들을 보니 꼭 가야만 할 것 같았다. 공대 출신 남편이 가장 기분 좋을 때 잘 설득하여 예약했고, 아이들은 아직 끼니를 책임져주는 부모를 잘(?) 따라다닌다.



여든의 신달자 시인께서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 더운 여름 개미가 자기 몸보다 다섯배는 큰 짐을 지고 열심히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베짱이의 노래’ 덕분이었다고. 베짱이도 일을 한 것이라고. 특강 라인업이 미쳤다. ‘풀꽃’ 나태주 시인, ‘가방 들어 주는 아이’ 고정욱 작가, ‘너에게 묻는다’ 연탄시인 안도현 시인, 정일근 시인 등. 서울에서 오신 연세 지긋하신 시인께서 급식을 나눠주시고, 조별 교실을 맡아주신 분들이 교수/교사이시고, 시낭송 하시는 분들이 교장선생님이시다. 과거에 해변에서 시를 함께 읊고 노래를 부르던 ‘해변시인학교’를 다시 살려보고자 ‘시에그린 한국시화박물관’을 설립하신 이지엽 교수님께서 전국의 유명한 문인들을 모셨다. 그리고 그 문인들을 존경하는 팬과 제자들이 또 전국에서 모였다. 전체 참여자는 수백명은 족히 되었던 것 같다.



진도에서의 3박4일 일정이 학생 7만원, 일반 12만원이었다. 등록할 때 ‘숙박과 식사 포함인가요?’ 여쭤볼만큼 믿기 어려운 가격이었다. 끼니당 7천원만 잡아도 8끼+마지막날 점심간식까지 주니 어림잡아 6만원 꼴이다. 거기에 숙소 3박, 특강, 반별창작지도, 진도 한춤 감상, 백일장, 갯벌체험, 캠프화이어 모두 포함이다. 나중에 ‘해변시인학교’를 모두 경험하고서야 알았다. 25년간 시와 문학에 미쳐 월급과 사재를 털어 ‘열린시학’과 같은 시잡지를 펴내시고, ‘시에그린 한국시화박물관’까지 설립하신 이지엽 교수님 같은 분과 전국에서 김치까지 담궈 봉사하러 내려오신 시인이자 활동가분들과 이지엽 교수님의 취지에 백번 공감하시고 바쁜 시간을 쪼개어 달려와주신 어마무시한 시인과 작가님들, 고추농사를 뒤로 하고 운영팀으로 붙어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주신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이 행사가 가능했다는 것을 말이다. 메이커교육실천 교육봉사하던 생각이 나서 일손이 얼마나 귀한지 알기에 3박4일을 보내는 동안 설거지와 반찬 뜨는 일도 조금 거들었다.



1회여서인지 처음에는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 중간에 밥이 부족한 상황, 조금 열악한 숙소배정 등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하루하루 행사가 진행될수록 진화하는 것이 보였다. 숙소는 빠르게 바꿔주셔서 덕분에 나태주 시인께서 머무르셨던 교장선생님 댁 ‘휴이렌’에서 2박을 보냈다. 바다까지 내려다보이는 최고의 숙소였다. 아이들이 입맛에 맞는 반찬이 없다고 판단하셨는지, 나중에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돈까스, 소시지 등을 따로 준비해주셨다. 어떤 분들의 헌신으로 이런 행사가 가능한지를 모두가 알게되자 어느 누구도 불만이 없었다. 나태주 시인께서는 소나기가 쏟아지자 천막 안의 의자 위에 올라가셔서 천막 기둥을 잡고 열정적인 강의를 하셨고, 신달자 시인께서는 여든에도 뒷자리에서 안 보일거라며 강의 내내 서서 강의를 하셨다. 고정욱 작가님께서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몰입하고 목소리 높여 답변하고 호흡하게끔 하시는 엄청난 카리스마를 보여주셨다. 행사를 주관하신 이지엽 교수님께서는 누구보다 바쁘게 땀 흘리며 운영, 관리, 사회까지 모두 총괄하셨다. 그러니 ‘감히’ 불만이 있을 수가 없었다. 인생을 담아 이야기 해 주시는 것에, 그분들께서 말씀해주시는 박목월 시인에 대한 이야기에, 시와 문학을 사랑하는 제자들을 하나라도 더 키우고 싶은 그 마음에 그저 경이롭게 귀를 기울일 뿐이었다.



처음에는 투덜거리며 입이 뾰죽 나왔던 우리 아이들도 어느새 고정욱 작가님 질문에 소리를 빽빽 지르며 답을 하고, 갯벌체험에서 조개 하나라도 더 잡으려고 하고, 첫째 희윤이는 고정욱 작가님의 제자가 되고, 백일장 시화부문 최우수상과 미역을 받고 좋아하는 아이들이 되었다.



우리의 2023년 여름휴가는 ‘해변시인창작학교’와 함께 했다. 내일 아니 (자정을 넘겨) 오늘 일찍 출근해야 하는 날인데, 그 가슴 벅찬 감동과 여운이 혹여 시들해질까봐 몇자 적어놓는다. 거칠지만 너무 순수하고 열정적이었던 ‘제1회’를 함께 해서 영광이다.



신지현 님이 쓴 글을 허락을 받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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